2023년, 나는 실패를 겪었다.
수개월이 지나도 인터뷰 요청은 없었다.
“Butterflies in the stomach”라는 표현이 있다. 중요한 운동 경기 또는 무대 오르기 전에 느끼는 신체적 반응이다.
2023년 1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내 몸은 불합격을 알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배가 뒤틀리며 고통도 쾌락도 아닌,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울려 퍼진다.
나의 뇌는 속삭인다. 심장이 아닌, 내장한테 말이다. 일상생활에 무리 주지 않도록. 일종의 배려다.
지원한 4곳의 학교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여러분은 이미 인터뷰나 또는 대학원 합격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은, 과거의 필자처럼 가고 싶은 학교로부터 거절을 받으신 분도 계실 것이다.
“불합격”보다는 “거절” 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불합격은 지원자의 관점, 거절은 심사원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거절의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글은 거절에 대한 글이다.
거절은 왜 아픈가? 죽음이라는 종착점을 향해가는 인생에서, 우리는 시간과 꿈을 거래하고자 한다.
거절은 삶의 소모로 이어진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이 길어질 수록 거절은 더욱 아플 수 밖에 없다. 내성이 생길 수 없는 구조다.
“Don’t take it personally.” 라는 표현이 있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표현이다. 한국어로는 “졌지만 잘 싸웠다”가 있다. 전혀 위로 되지 않는다. 누구도 소모된 인생, 돌려주지 않는다. 이는 고시 공부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즉, 인생을 건 목표에 대한 거절과 실패는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을 동반한다.
나에게는 20대 중후반의 목표가 있었다. 학교를 4년 휴학하고 돌아온 이유다. 전 세계 최고의 인재들과 공부하고 성장하고 싶었다. 나는 그 친구들이 있는 곳에 가야만 했다.
첫 번째, 두 번째 도전 모두 실패였다.
나의 마음의 인대가 파열되었고, 한 달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소염제를 복용하고 정형외과 의사를 찾아가 석고붕대로 인대를 보호하며 치유할 수 있는 독립적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밤마다 발을 심장 위로 올려 죽은 피가 모세혈관을 타고 신장을 통해 배출되게 했다. 그렇게 죽은 피는 몸 밖으로 배출되었고, 멍은 사라졌다.
반면, 인대는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는다. 지금도 몇 년 전 운동 중에 다친 인대가 일상생활에 불편을 준다.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치약을 한 손으로 짜려는 순간, 엄지와 손바닥이 맞닿는 부분에서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지며 잠에서 깨어난다.
상처는 남아 있지만, 기억은 흐려진다. 어느 경기에서 다쳤는지, 얼마나 다쳤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묵묵히 후유증을 안고 가는 것이다. 고치고 싶어도 없어지지 않는다.
당시 거절을 앞둔 날들의 나의 일기를 읽어본다.
나는 불사조다.
원서결과가 다가온다. 현재 싱숭생숭하다. 도전을 했다. 실패가 몰려온다. 포기 하지 않는다. 실패는 가능하지만 포기는 불가능 하다.
나는 자아성찰을 한다. 우울한 부정적인 생각에서 탈출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나는 불사조다.
포기하지 않고 죽지 않는다. 거절, no, rejection, 괜찮다. 많이 받아 봤다.
2023년 2월 12일 (일) 오후 8시 , 뉴욕의 한 도서관에서
나는 일기를 읽던 중 내가 스스로 “불사조”라는 단어를 두 번 사용한 것을 발견했다. 불사조는 한 몸으로 평생 사는 것이 아니라, 500년 주기로 스스로 몸을 태워 한 줌의 재 속에서 부활한다.
불로(不老)하는 것이 아니라, 불사조는 필사(必死)해야 한다. 스스로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신체의 고통과 정신적 공포를 동반한다. 이 고통의 과정에서 다시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날 것이라는 믿음 또한 가져야 한다.
스스로 몸을 태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을 좋아한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윤동주 위인은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유학 중인 처지의 부끄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거울이란 빛을 반사하는 도구이며, 주로 인간은 얼굴 또는 옷차림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다. 거울 자체는 스스로 빛을 반사한다. 반면, 자신의 눈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손거울의 각도와 거리를 조절해야하며, 큰 거울일 경우 스스로 거울 앞에 서야한다.
거절당한 자신의 모습을 회피하지 않는다. 자신의 눈을 뚜렷하게 바라보며, 불타는 분노, 열등감, 좌절, 슬픔, 절망 등을 느낀다. 스스로 고통을 유발한다. 고농도 산소를 공급하여 불꽃을 더욱 춤추게 한다. 고운 재로 변하여 촘촘하고 섬세한 깃털로 재탄생되기 위함이다.
2024년 12월, 나는 새롭게 태어나야만 했다. 지원자로서 20가지 이상의 요소들을 파악하고 2022년 12월의 나와 끊임없이 비교했다.
점점 살이 탈수록 신경은 무뎌 졌다.
나는 대학 교정을 자유롭게 누비는 새로운 “새”로 다시 태어날 상상을 하며 행복감을 느꼈다.
2024년 11월, 나는 더 이상 타오르지 않았다. 나는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아래 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대학원 원서 지원 한 달 정도 남았다. 너무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지속적으로 해온 결과물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몸과 마음은 건강하다. 몸이 가벼워야 머리도 잘 돌아간다.
인터뷰,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한다. 나의 삶은 행복하다. 이 행복한 삶, 유지하자.
2024년 10월 21일 오전 9시, 뉴욕 아파트에서
지원서라는 매개체를 통해 재창조된 날개를 펄럭였고 자태를 뽐냈다.
내가 몸부림을 부린 이유는 세계 최고의 학생들과 같이 위대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서부에서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나에게 기회를 주셨다.
내가 2년 동안 겪었던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어떻게 새로 태어났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구한다면 연락해도 괜찮다.
고통은 스스로 받아야 한다. 나는 초반에 불이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장작과 산소를 준비하며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싶다.
새롭게 태어나고 싶은가? 함께 고민해보자.
글을 마무리하며
저의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의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1화 (https://bobleesj.tistory.com/3)부터 4화까지 읽으시면 됩니다.
스탠퍼드 대학원 박사 합격 소식과 2박 3일의 합격 학생의 날 (Admitted students days) 행사가 궁금하신 분은 上편 (https://bobleesj.tistory.com/7) 그리고 下편 ( https://bobleesj.tistory.com/8)을 읽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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