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
나는 뉴욕에 있는 꿈의 학교라고 생각 했던 쿠퍼 유니온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1학년을 마치고 휴학했다.
유학비를 스스로 벌기 위해서였다.
뉴욕 맨해튼 물가와 기숙사 비용은 경제적으로 부모님에게 큰 부담이었다.
나는 부모님 동의 없이 휴학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말씀드리지 않았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복학을 결정했다.
복학하기 1년 전 2019년, 사라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갔다.
스탠퍼드 대학교정을 둘러봤다.
나는 이 학교에 들어가고 싶었다. 기업가 정신이 들끓는 곳에 가야만 했다.
나의 마음속에 “무엇” (What)을 얻고 싶은지와 “왜” (why) 스탠퍼드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떻게” (how) 얻을 수 있는지는 모른다.
청소년 시기, 나는 이미 목표 의식의 중요성을 경험했다.
1화~4화를 읽으면 된다: https://bobleesj.tistory.com/3
그러나 당시 나의 성적은 처참했다.
학부 1학년 1학기, 학점 2.9으로 시작했다. 수학 두 과목에서 C를 받았다.
학부 1학년 2학기, 성적이 조금 올랐다. 하지만 물리 4학점 과목에서 D를 받았다.
청춘이라 불리는 20대의 절반을 이 꿈을 위해 투자했다.
2025년 2월 28일, 6년 전 방문했던 그 교정에 돌아왔다.
합격의 순간
스탠퍼드는 나에게 1순위 학교였다.
지도교수 추천서 요청 이메일을 통해 알 수 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추천서 감사드립니다. 추천서 관련 정보, 학업계획서, CV 보내드립니다.
스탠퍼드는 저의 “top choice”입니다. 연구도 잘 맞고 지역도 좋습니다. 이미 20대를 뉴욕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캘리포니아에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사라도 캘리포니아에 있는 법대에 진학하기를 희망합니다.
2024년 11월 말, 박사 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재료공학 석사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있었다.
스탠퍼드는 1월 말에 원서 결과를 통지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2025년 1월 셋쨰 주 목요일,
스탠퍼드에서 같이 연구하고 싶은 교수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스탠퍼드에서 할 수 있는 연구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자.”
축하한다는 말은 없었다.
“갑자기?”
나의 반응이었다. 교수님이 먼저 시간대를 알려주셨고, 나는 재빠르게 금요일 오후도 괜찮다고 답했다.
느낌이 좋았다.
교수님이 먼저 달력 초대를 보내주셨고, 줌 링크를 만들어 주셨다.
다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매일 같이 덤덤하면서도 긴장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다음 날 금요일 오전, 나는 학과에서 매주 열리는 연구 세미나에 참석 중이었다.
세미나를 듣던 중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An update has been posted to your Stanford application”
“스탠퍼드 원서 업데이트가 있다”는 이메일이었다.
이메일 안에 있는 원서 지원 포털로 들어가 로그인해야 한다.
두 손 모두 좌우로 2~3mm 떨린다. 비밀번호를 적어야 한다. 비밀번호 안에 한국어로 “ㅜ”가 있다. “ㅜ”가 영어로 “n”인지 “m”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3~4번 정도 로그인에 실패한다. 실패할수록 손은 더 떨린다
심장이 쿵쿵 울린다. 마치 콘서트 스피커가 앞에 있는 것 같다. 비트에 맞춰 진동이 느껴진다.
나는 몇 년 만에 느껴보는 격한 감정이라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Congratulations”
리본이 보인다. 합격이다. 읽을 필요도 없다.
어떤 조건이든 수락이다.
컬럼비아에서 1년 반 동안 같이 공부한 백인 남자 동료에게 핸드폰 스크린을 쓱 보여줬다.
서로 믿을 수 없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세미나가 끝났다. 앞에서 교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바로 문밖으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
한국은 당시 새벽이라, 가족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라도 받지 않았다.
지난 5년 동안 정성껏 도와주신 사라 부모님께 전화드렸다.
그날 오후 5시, 교수님과 일정대로 화상 통화를 했다.
“Really well put together. Congratulations!”
“아주 좋은 원서다. 축하한다!”
교수님은 내가 이 오퍼를 수락하도록 스탠퍼드를 자랑하셨다.
그분도 스탠퍼드에 오신 지 약 6개월 되셨다. 이전에는 미국 국립 연구소에서 모든 학교가 탐낼 만할 연구를 하시고 계셨다.
교수님이 물었다.
“스탠퍼드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싶고,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니?”
“산업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교수가 될 마음은 없습니다.”
진심을 말했다.
교수님은 스탠퍼드가 이미 100개 정도의 기업과 같이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하셨다.
보통 지도교수는 박사 학생이 학계에 남아 자신의 연구 영향력을 키우길 바란다. 특히 공대보다 자연계(물리, 화학, 수학)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박사 과정 후 산업체로 간다는 건 “학계에 남지 못해 일반 직업을 찾는다”라거나 “학문보다 돈을 좋아한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스탠퍼드는 문화가 조금 다른 것 같다. 스탠퍼드는 사업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학교다. 그래서인지 스탠퍼드는 세상에 직접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느낌이다. 나도 원서에 “Entrepreneurship” 경험을 적었다.
실제로 재료공학 교수 중 스타트업 고문이나 공동 창립자로 활동하는 분들도 있다.일론 머스크도 외국인으로 스탠퍼드 재료학 (Materials Science)에 박사 과정에 합격해 실리콘밸리로 왔지만, 등록을 포기하고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다. 현 구글 CEO(2015~) 순다르 피차이는 스탠퍼드에서 재료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 창립자나 공동 창립자는 구글(박사 중퇴), NVIDIA(석사), 넷플릭스(석사), 페이팔(학사, 법대), OpenAI(학사 중퇴), 인스타그램(학사), 나이키(MBA) 같은 기업을 세웠다.
동문은 스탠퍼드로 돌아와 수업을 가르치기도 한다. 실리콘밸리 이름답게, 주로 전기전자, 컴퓨터과학 전공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합격 편지와 그 이후
다음날 합격 편지를 쭉 읽어봤다.
세 가지 중요한 정보가 있었다.
(1) 졸업까지 매년 봉급
(2) 한국 대학교 1학년 등록금 정도의 미국 보험 비용
(3) 모든 학비 비용
며칠이 지나고 재료공학부에서 이메일이 왔다.
자기소개를 작성하라는 요청이었다.
나는 최대한 “fact” 기반으로 재빠르게 아래 내용을 적었다.
“나는 상준이다. 사람들은 나를 밥 이라고도 부른다. 한국에서 태어났다. 말레이시아, 베트남에서도 살았다. 뉴욕 컬럼비아에서 재료 공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있다. 쿠퍼 유니온에서 화공을 전공했고, 화학, 컴퓨터공학을 부전공했다. 농구와 글 쓰기를 좋아한다.”
합격한 30명 정도의 자기소개가 구글 드라이브로 공유되었다. 대부분 학부 4학년이거나 NASA, 국립 연구소에서 인턴이나 일을 한 학생들이었다. 인종과 성별도 다양했다. 학부는 주로 미국 최우수 공대, 아이비리그, 캘리포니아 주립대 출신이었다. 전공도 화학공학, 화학, 기계공학, 물리, 재료공학 등 다양했다.
해외 학부로는 인도공과대학, 중국 칭화대, 베이징대, 한국 카이스트가 보였다. 이 중 두 명을 만났는데, 둘 다 스탠퍼드나 MIT에서 학부 시절 여름 연구 인턴을 했다고 한다.
700-800명이 석사나 박사에 지원했고, 30명 정도가 박사 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연도 재료공학 박사 합격률이 5-6%라고 라고 한다. MIT 재료 공학 대학원 평균 합격률이 10% 정도를 고려하면 스탠퍼드 재료공학은 확률적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합격률을 큰 의미가 없다. 어떤 연구를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스탠퍼드는 따로 합격률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지 않는다.
MIT는 합격률이 모두 공개되어 있다: https://ir.mit.edu/projects/graduate-education-statistics/.
나처럼 휴학 기간에 사업을 하고 박사 과정을 한 학생은 없었다.
석사를 하는 친구들도 만나보지 못했다.
상관없다.
나만의 방법을 통해 여기에 왔다. 항상 그래왔다.
스탠퍼드 재료공학부에서 합격생들을 위한 2박 3일 일정을 주최했다.
영어로는 “Admitted Students Days”라고 한다.
학교는 오퍼를 주는 순간 선택권은 학생에게 넘어간다. “인재”라고 판단된 학생들을 모집해야 한다.
이 2박3일 과정은 최고의 인재가 스탠퍼드의 오퍼를 수락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이다. 호텔, 비행기표, 등이 지원된다.
2025년 2월 28일 (목)부터 3월 1일 (토)까지 진행된다.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어떤 학생들이 이 학교에 합격할까? 그들과 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上을 마치며
다음 주에 2박 3일 일정에 대해 下편이 나올 예정입니다.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Palo Alto)라는 지역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Bob Lee 채널 (https://pf.kakao.com/_ExheKn)을 추가하시면 됩니다.
下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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