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편에는 합격 소식 앞에 저의 감정을 담았습니다.
下편에서는 2박 3일의 합격 학생의 날 (Admitted students days) 행사에 대해 다룹니다.
공식 일정은 2025년 2월 28일 목요일부터 3월 1일 토요일까지.
첨부된 사진은 2세대 아이폰 SE로 찍었습니다.
1일차 목요일 – 오전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
6시간이 걸린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가는 시간과 비슷하다.
아침 7시에 택시를 타고 40분 정도 걸려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 도착했다.
사라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했다.
코딩하는 30대 중반의 남성, 엑셀로 재무제표를 보는 백인 중년 남성, 물리학자처럼 노란 노트에 필기하는 사람도 보였다.
모두 깔끔한 옷을 입고 있었다.
비행기가 착륙했다.
좌석 앞 지도를 쳐다봤다. 9개 주를 건넜다.
(1) 뉴욕, (2) 펜실베이니아, (3) 온타리오 (캐나다), (4) 미시간, (5) 위스콘신, (6) 사우스티코타, (7) 콜로라도, (8) 유타, (9) 네바다
1일차 목요일 – 오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하얀색 현대 SUV 차를 빌렸다.
날씨가 좋다. 캘리포니아 햇빛은 피부를 그을리지만 서늘한 바람이 몸의 열기를 식혀줬다.
뉴욕은 아직 봄이 아닌 겨울이다.
여기는 이런 날씨가 매일 같다고 한다.
맨해튼과는 달리, 주변을 돌아보면 산이 보인다. 뉴욕에서는 건물들이 촘촘히 있어서, 높은 건물에 올라가지 않는 한 멀리 볼 수 없다.
20분 정도 운전을 하니 조용한 마을이 나왔다.
리조트가 보인다.
빨간 지붕, 모래색 저층 건물, 야자수.

선물이 있어!
2박 3일 동안 같이 지낼 룸메이트가 이미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고 나에게 연락한 것이다. 이 친구는 더 추운 북부 뉴욕주에 위치한 코넬 대학에서 온 예의 바른 백인 친구였다.
셰라톤 팔로알토 호텔에 차를 잠시 주차하고 체크인을 하러 갔다.
호텔에 들어서니, 재료공학 로고가 들어간 물병, 간식, 그리고 편지가 빨간 사각봉투에 들어 있었다.

그 안에는 손으로 쓴 편지가 있었다.
박사 재학생들이 각 합격한 학생에게 직접 써 준 것이었다.

안녕 상준,
스탠퍼드 입학을 축하해! 네가 합격 편지를 받았을 때 정말 기뻤을 거라고 생각해. 나도 그랬거든!
... (생략)
이 친구는 내가 관심 있는 교수님과 연구 중이었다.
나는 손편지 사진을 첨부하여 이메일로 답장했다.
따뜻한 편지 정말 고마워! 스탠퍼드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고, 시간 나면 서로 이야기 나누었으면 해! … (생략)
나는 룸메이트와 인사만 하고 바로 호텔을 나왔다.
호텔이 아니라, 학교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다운타운 팔로알토 근처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다.
위치는 좋았다. 5분만 걸으면 팔로알토 시내다. 가격에 비해 숙소는 열악했다.
팔로알토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 중 하나로, 중간 집 가격이 약 3.5백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0억 원이다.
팔로알토는 스탠퍼드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고,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이며, 구글, 테슬라, 메타(첫 오피스) 등의 기업이 탄생한 곳이다.
이런 좋은 날씨에서 상장과 매각을 통해 전 세계 자금을 끌어모으니, 주식을 보유한 자들은 집을 구매할 수 있어, 맨해튼처럼 집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오후 5시.
호텔 앞에서 버스를 타고 대학원생용 기숙사 공용시설로 모였다.
박사 행정을 담당하는 분들과 재학생들까지 합쳐 50~60명 정도 있었다. 인사를 하고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가졌다.
나는 옆에 앉은 학생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학교와 박사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잡담을 조금 나눈 뒤, 미소를 지으며 앞에 앉은 재학생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주로 몇 년 만에 학위를 받고, 매년 몇 명이 도중 포기하는가?
평균적으로 5.5년이 걸린다고 했다.
나는 석사 학위를 마치고 시작하기 때문에 4년 안에 졸업하고 싶다. 매년 1~2명 정도가 과정을 포기한다고 했다.
박사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 다시 시작한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첫 1년 동안의 수업이 힘들다고 한다. 나는 석사 기간 동안 박사 자격시험에 필요한 과목을 잘 마무리해서 괜찮다.
졸업 조건이 있는가?
다른 학과는 1저자 논문 수를 명시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명시된 조건이 없다고 한다. 졸업은 지도 교수와 상의하여 이뤄진다고 했다. 나에게 좋은 소식이다. 잘 지낼 자신이 있다.
이 학과는 경쟁적이지 않은 분위기라고 하는데. 여기서 “경쟁”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합격한 학생은 9월 중순에 들어가서 2월까지 지도교수를 찾아야 한다.
지도교수는 여러 학생을 한 프로젝트에 투입하여 단기적으로 성과가 좋은 한 학생만 선발하는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고 한다.
입학 사정관은 교수마다 몇 학생을 뽑을지 고민하고 가장 적합한 학생을 합격시켜 경쟁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나에게 중요한 마지막 질문이다.
운동하다 다치면 어느 병원을 사용할 수 있는가?
5분 거리에 있는 스탠퍼드 병원을 이용하거나, 학교에서 제공하는 보험으로 주변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인도식 저녁을 먹고 9시에 팔로알토 숙소로 돌아왔다.
바로 잠이 들었다.
2일차 금요일 - 오전
일정은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
호텔 정문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나는 혼자서 차를 몰고 교정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너무 많다.
박사 행정 담당자에게 어디에 차를 주차해야 하는지 문자로 문의했다.
10초 정도 뒤에 전화가 왔다.
넓은 지하 주차장 건물 안에 차를 세웠다. 빨간 지붕 재료공학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올라가니 30~40명이 앉을 수 있는 세미나실과 그 옆의 발코니가 있었다.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의자와 책상이 있었다. 아래 장관을 보며 베이글과 커피를 마셨다.

학교 지도와 내부 빌딩 지도가 모조리 출력된 문서를 받았다.
아래는 금요일 스케줄이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어느 교수를 만나야 하는지 자세하게 “Faculty Meeting Schedule for Sangjoon Lee”라고 적혀있다.
카페인을 보충했다.
각 그룹(연구실)을 대표하는 학생 1~3명이 나와서 5분 동안 그룹을 소개했다.
발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슬라이드를 돌려가며 설명했는데, 반도체부터 배터리, 고분자, 양자 물리까지 다양한 연구 분야다.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집중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갈수록 자세가 흐트러졌다.
교정 투어
방대한 정보를 잊어버릴 필요가 있었다.
교정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학생 2명이 앞에서 리드하고, 다른 2명이 우리를 보좌했다.
교정 둘러볼 시간이 없었다.
질문이 많이 남아 있었다.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고, 자격시험은 어떤지, 대학원 기숙사가 좋은지 아니면 밖에서 사는 게 좋은지...
그럼에도 투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물은 교회였다.

교회 내부는 이렇다.

2일차 금요일 - 오후
투어가 끝난 후 다시 재료공학 건물 세미나실로 돌아왔다.
10종류 이상의 피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합격한 학생 숫자 만큼 재학생과 교수도 섞여 있었다.
박사 행정 담당분은 우리가 먼저 피자를 먹을 수 있도록 합격한 학생을 앞으로 안내했다. 휴학 기간 중 행사를 자주 운영했던 나로서는 이러한 사소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피자를 먹은 후, 내가 만나고 싶었던 교수님과의 미팅이 이어졌다. 세 명의 교수님을 만났고, 그중 한 명은 화상통화로 만났던 교수님이다.
이 교수님은 들어오자마자 커피를 내려 주시며 연구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다시 한번 교수님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수실 옆에는 박사생을 위한 개인 책상이 일렬로 마련되어 있었다. 한국의 도서관처럼 개인 책상이지만 칸막이가 있었다. 나는 개방된 사무실을 싫어하기 때문에, 내가 앉을 개인 공간도 마음에 들었다.
미팅이 2시간 동안 이어지고 나니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 과부하가 걸렸다.
마지막 탐방 일정이 우리를 기다라고 있었다.
미국 정부 산하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가 운영하는 연구소가 차로 5분 거리에 있었다.
국립 입자 가속기 연구소다. 정식 명칭은 SLAC(Stanford Linear Accelerator Center)이다.

내가 스탠퍼드를 1순위 학교라고 생각한 이유는 창업 문화 이외에서도 학교 옆에 세계 수준의 재료공학 및 물리학 연구를 할 수 있는 대규모 국가 연구소가 있기 때문이다. 천 명 이상의 인원이 일하고 있다.
국립 연구소 지부는 테마파크 같다. 하얀색 연구소들이 놀이기구처럼 듬성듬성 흩어져 있다. 팔목에 두른 자유이용권처럼 미국 정부 기관 로고가 새겨진 출입증이 필요하다.
아래 벽에 걸린 사진을 통해 얼마나 경이로운 곳인지 알 수 있다.

탐방을 이끈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최첨단 설비를 갖춘 연구소가 학교 바로 옆에 있는 것은 미국의 최우수 대학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이다.

절대로 이 현미경을 만지지 말라는 엄중한 당부를 받았다. 나는 팔짱을 낀 채로 조심스레 관찰만 했다.

이 연구소는 스탠퍼드가 재료공학과 응용물리학 분야에서 교수를 포함하여 전 세계 최고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첨단 시설를 설비하고 인재를 확보하여 미국은 세계 기술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
연구소 탐방이 끝났다. 마치 뒷산에 다녀온 기분이다.
슬슬 배가 고팠다.
마지막 일정인 저녁 식사가 남아있었다.
마찬가지로 팔로알토 시내로 가야 헀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다.
학생 30명 이외에도 재료공학 교수 8명 정도가 참석했다. 교수들끼리 친밀함이 느껴졌다.

식사 후에는 아이스크림파와 맥주파로 나뉘었다. 하루 종일 상대의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듣고 관찰하느라 머리가 과열된 상태였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아이스크림을 든 채로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제 교수님과의 공식 일정은 모두 끝났다.
오전 7시 반부터 저녁 10시까지,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스탠퍼드에서 미래를 탐색하는 데 사용했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잤다.
3일차 토요일 - 오전
마지막 날이다.
오전에 학생들은 두 가지 활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로의 여행 또는 스탠퍼드 교정 바로 밖에서의 등산.
나는 등산을 선택했다.
스탠퍼드 교정 밖에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5.5킬로미터 등산로가 있었다.
10명의 합격한 학생과 3명의 재학생이 함께 오전에 대학생 기숙사 앞으로 모였다.
걸어서 신호등만 건너면 됐다.

여전히 등산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나는 1년 차, 5년 차 재학생과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졸업 후 어디에서 일을 찾을 계획인지, 첫 학기는 어떻게 보냈는지, 졸업 후 학계에 남을지 아니면 기업에 취직할지 등에 대한 주제를 다뤘다.
약 한 시간 정도를 올라가자, 위에서 보이는 실리콘밸리의 전망이 펼쳐졌다.

일정 마무리 후
공식 일정 동안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었다.
이제 교정을 둘러볼 시간이다.
사라와 함께 다시 교정을 찾았다.

학교 기념품 상점에 들렀다. 옷, 긴팔, 스웨터, 악세서리를 구매했다.

목이 말랐다. 비행기에서나 볼 법한 가격의 물을 구매했다.

배가 고프다.
그동안 파스타, 베이글, 인도 음식을 먹었다.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마운틴뷰로 이동했다.
직화구이 양념 소갈비를 먹었다.
가는 길에 NVIDIA 본사가 보였다.
맛있게 먹고 뉴욕으로 돌아왔다.
마무리하면서
2019년에 이 교정에 방문했던 저는 합격한 학생이 되어 6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꿈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마치 제 첫 국제학교의 교정처럼 리조트 안에서 꿈꾸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일주일 전에 겪었던 감정 또한 시들해질 것입니다. 이 시간만큼은 기록하고 싶었고, 좌절과 실패 후에 맛보는 성공이 얼마나 달콤한지 공유하고 싶어 글을 썼습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독자분들도 꿈을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원하시는 꿈을 제가 응원하겠습니다.
그동안 제 블로그를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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