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오르는 열대야 나라에서 감히 더 이상 신을 수 없는 검은색 가죽 캔버스 신발을 신발장 안에 고이 보관했다. 납골당 속 유품처럼,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기 위함이다. 중학교 2학년, 15살. 그토록 동경하던 푸른 바다 앞이 보이는 학교에 입학했다. 나의 옷차림은 한결 가벼워졌다. 엄지발가락과 그 옆 발가락 사이만 살짝 햇빛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고무 쪼리(조리)를 신는다. 짙은 청색의 긴바지 대신, 남자 골프 선수가 자주 입을 법한 모래색 면 반바지를 입는다. 또한 다림질이 필요한 하늘색 반팔 와이셔츠를 옷장에 걸어두고, 땀 흡수가 잘 되는 빨간색 폴로셔츠를 입는다. 이제 쪼리와 반바지를 입고 축축한 모래 해변과 잔디밭을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다. 등교 방식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낡은 하얀색 봉고차..